경제이슈감정평가 업무의 특성, 공공성, 중립성, 전문성

감정평가 업무의 특성, 공공성, 중립성, 전문성

감정평가 업무는 대부분 국가의 공공사업 혹은 조세 징수와 관련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감정평가사는 국민의 재산권을 평가해 그 결과를 국가 혹은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평가의 주체이면서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는 업무의 발주기관과 평가 대상 소유자간의 이해가 상충할 때에는 평가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려는 이해 당사자의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공시지가의 예를 보자. 토지 소유자는 세금을 적게 물기 위하여 실제보다 낮은 공시지가 평가를 원할 것이며, 공익사업의 수행에 따른 보상평가의 경우에는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감정평가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경우 평가 대상 국민들의 이해와 공시지가나 보상평가의 발주기관인 국가 및 공공기관의 이해는 서로 배치된다.

또한 평가 업무의 발주기관과 평가대상 소유자간의 이해가 일치하는 경우에도 감정평가사의 객관적 평가가 저해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담보 평가의 경우 담보 평가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는 보다 높은 대출 금액을 이끌어내기 위해 실제보다 높은 평가 가격을 원한다. 여기에 대출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금융기관의 이해가 일치할 때에는 감정평가사의 객관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압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감정평가사의 업무는 이해 당사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좌우될 수 있는 유인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 시장이나 회계사 시장과 달리 감정평가 시장의 모든 업무들은 엄격하게 그 근거가 법에 규정되어 있고, 감정평가사의 업무에서는 특히 공공성, 중립성과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

감정평가사의 업무에서 공공성, 중립성, 전문성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보장되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시지가가 토지 소유자의 이해에 따라 왜곡된다면 국가 조세정책의 신뢰성이 저해될 수 있다. 보상평가에서 보상 대상자의 이해에 따라 과다 보상이 된다면 공익사업의 도덕성이 무너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경우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보상 재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담보평가에서도 과다 평가된 대출이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의 업무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잘못된 판결이 내려지면 그 피해는 소송 당사자에게만 국한된다. 그러나 감정평가사의 업무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단순히 이해 당사자간의 손익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정책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것이며, 나아가서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회계사의 업무와 비교해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감정평가사의 모든 업무는 절차가 투명하여야 하며, 공공성, 중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감정평가사의 업무 대부분은 국가정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중립성, 공공성과 전문성의 강조를 단순히 감정평가사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국한하여 다룰 수 없다. 이는 감정평가사의 윤리와 청렴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가 감정평가사 제도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감정평가사의 중립성이 보장되어 적정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국가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의 결과에 상관없이 동일한 이익을 얻게 하는 메카니즘이 작동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감정평가의 부실 가능성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의 평가시 토지소유자와 감정평가사가 접촉할 수 있는 경로는 없다. 보상평가시 토지소유자와 감정평가사가 접촉할 수 있는 통로는 국가가 만들어놓았다. 담보평가시 금융기관이 평가사를 선정함으로써 담보 평가 물건의 소유자와 금융기관의 이해가 일치할 경우 금융기관이 평가사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사의 업무 수행에서 강조되는 공공성, 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례로 살펴본다.

(1) 공공성

감정평가 업무의 세부 내용, 업무 발주처와 근거 법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정평가 업무의 가장 큰 특성은 공공성이다. 감정평가 업무는 대부분 국가와 공공기관이 의뢰하고, 그 업무의 내용이 국가정책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이며, 타 자격자들과 달리 법률에서 반드시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은 감정평가 업무에 공공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정평가 보수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부동산가격 공시법은 지가 공시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정확한 지가의 조사 및 감정을 기초로 지가를 공시함으로써 토지 관련 조세를 정확하게 부과하고 공공정책 수행에 따른 토지 수용시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가 공시제도를 뒷받침하고 있는 감정평가 업무의 공공성은 감정평가 업무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2) 중립성

한편 감정평가 업무는 특성상 공평하고 중립적인 업무 수행이 요구된다. 부동산가격 공시법에서는 감정평가에 감정평가사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경우, 외부의 압력 등으로 인하여 공정한 평가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사가 해당 업무를 수주하지 않는 중립성을 요구하고 있다.

(3) 전문성

우리나라와 같이 부동산가격 정보가 축적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거래 정보를 이용한 가격 유추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가격 평가에 있어서 감정평가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감정평가 업무는 부동산 유형별로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필요로 하며, 시간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전문 능력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공공성, 중립성과 전문성의 세 가지 특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감정평가사의 업무는 부실화될 우려가 매우 크다. 공공성과 중립성이 결여될 경우에는 감정평가의 투명성이 훼손되면서 평가 가격에 인위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전문성이 결여될 때에는 감정평가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평가가격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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