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용
헌법 제38조, 제59조의 문언에 따를 때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은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세율과 같은 과세요건은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만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와 관련하여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 것에는 종목과 세율 이외에도 구체적 납세의무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것을 일반적으로 과세요건법정주의라고 부른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과세요건법정주의의 내용에 실체적인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 이외에 부과․징수의 절차적 요건도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과세요건 법정주의’란 납세의무를 성립시키는 납세의무자ㆍ과세물건ㆍ과세표준ㆍ과세기간ㆍ세율 등의 과세요건과 조세의 부과ㆍ징수절차를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2) 중요사항유보설
과세요건법정주의가 과세요건 등을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만 규정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헌법 제40조에서 국회입법원칙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입법사항을 국회가 스스로 결정할 필요는 없고, 또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헌법상 국회입법원칙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항의 경우에는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정기관에서 행정입법의 형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런데 일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의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을 의회유보원칙(Parlamentsvorbehalt)이라고 한다. 의회에 결정이 유보된 사항이 법적 규율대상인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형식적 법률에서 규율해야 한다. 즉, 의회유보사항은 어떤 형태로든 위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회유보사항이 무엇인지와 관련해서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규사항이 바로 의회유보사항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법규사항 이외에 “중요사항”이라는 것이 의회유보의 대상인지가 문제된다. 중요사항이라는 개념은 행정법에서 법률유보의 범위를 결정하는 학설인 중요사항유보설(본질성설)에서 등장한 것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공동체와 개별시민들의 생활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 또는 기본권에 관련된 사항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법률생활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이 중요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어떤 사항이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형식적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 다수설은 중요사항이라는 것도 다시 그 정도의 차이에 따라 스펙트럼 형태로 다양한 단계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중 일부만이 반드시 형식적 법률로 규정될 사항이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중요사항 중 형식적 법률로만 규정해야 할 사항과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 있는 사항의 구별은 규율하고자 하는 사안의 중요도 의 정도, 즉 국민의 권익 또는 공동체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행정입법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별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세법에서 대부분의 과세요건은 중요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중요사항의 핵심적인 내용은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행정입법이 국회법률보다 더 적절한 입법방식인 경우에는 비록 과세요건이라고 할지라도 일정한 제한 아래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3) 포괄위임금지원칙
과세요건의 중요한 부분은 법률에서 직접 규정해야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법률이 과세요건을 포괄적으로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형태로 입법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 제75조 때문에 포괄위임이 금지된다. 이 조문은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포괄위임을 금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사항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경우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허용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 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고 행정권의 자의로 말미암아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총리령과 부령의 헌법적 근거인 헌법 제95조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제75조와는 조문표현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학자들은 포괄위임이 금지되는 그 취지를 고려할 때 총리령과 부령에 대해서도 포괄위임이 금지된다고 보고 있다.
현행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따르면 일단 시민들의 법률생활과 국가공동체에 중요한 사항 일부에 대해서만 국회는 형식적 법률로 규정하고,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입법에 법적 규율을 위임할 수 있되, 다만 이 경우 입법자는 헌법 제75조와 제95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다는 의미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헌재 1991. 7. 8. 91헌가4, 판례집 3, 336, 341 참조),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 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4. 7. 29. 93헌가12, 판례집 6-2, 53, 59 등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위임을 하고 있는 법률의 규정만 보아도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4) 그 밖의 위임입법의 한계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이 행정입법에 위임함에 있어서 어떤 형식으로 위임을 하여야 하는 것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포괄위임을 하는 법률”의 효력을 부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밖의 위임입법의 한계”라는 문제에서 다루는 것들은 법률 자체가 위임입법을 허용함에 있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법률의 위임을 받아 행정청이 행정입법을 제정하면서 어떤 한계를 준수하여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위임입법의 한계로 조세법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위임의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기관은 입법자인 국회가 자신에게 위임해 준 범위 내에서 규범을 제정해야 한다. 둘째, 포괄적 재위임 금지원칙이다.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경우에, 대통령령은 다시 부령에 위임을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에서 위임받은 사항의 중요한 내용은 직접 정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의 규율만을 위임하는 형태로 재위임을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