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합성원칙의 의의와 필요성
적합성원칙(suitability rules)은 증권 등의 투자권유자가 투자자의 의뢰를 받을 경우, 투자자의 요구에 적합한 투자권유를 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즉 투자권유자는 투자자의 투자목적과 경험, 재산상태 등에 비추어 적합한 투자가 아니라면 당해 고객에 대하여 이를 권유하여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이는 증권거래에 있어서 적용되는 투자자보호를 위한 중요한 원칙의 하나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상 매매거래의 당사자는 대등한 위치에서 자기판단과 자기책임의 원칙에 의하여 거래를 하면 된다. 따라서 금융판매업자가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은 그 정보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의 결과에 자기책임을 지게 된다. 즉 매수인이 목적물에 대해 하자 유무 여부를 조사하여야 한다는 매수인 주의의 원칙(caveat emptor rule)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상품의 복잡성에 비추어 보면 정보개시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보다 높은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게 된다. 정보개시는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 되지만, 고객은 주어진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금융상품정보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적합성의 원칙의 적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2) 변액보험
① 의 의
변액보험이라 함은 보험금이 자산운용의 성과에 따라 변동하는 보험을 말한다(보험업법 제108조 제3항).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별도의 특별계정에 산입하여 이를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그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액이나 해지환급금이 변동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생명보험이다. 정액보험은 자산운용에 따른 투자위험을 보험회사가 부담하는데 반하여, 변액보험은 자산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이 변동하므로 그 투자위험을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는 점에서 양자는 다르다.
변액보험은 보험자의 자산운용에 따라 보험금 등이 변동하는 점에서 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이다. 다만 변액보험은 보험의 기본적 기능인 보장성을 유지하므로 사망시, 연금지급시 등 보험금지급시 투자실적과 관계없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보장하는 최저보증옵션 등 일정시점 적립액을 보증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산운용도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에 비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② 변액보험에 적합성원칙의 적용 필요성
변액보험은 특별계정의 운용성과에 따라 보험금이 변동하기 때문에 투자상품의 성질을 가지고, 이러한 특성에 의하여 보험자에게는 투자상품에 인정되는 가중된 설명의무가 지워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즉 변액보험에 대하여는 그 투자성에 근거하여 보험자가 판매권유단계에서 투자자의 목적이나 재산상황 등의 정보를 파악하여 투자권유를 할 의무가 인정되는가가 문제된다. 이 원칙은 기관투자자와 같은 전문성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일반 소비자인 투자자에게만 인정된다.
(3) 각국의 적합성 원칙의 동향
① 미 국
미국증권협회(National Association Securities Dealers; NASD) 규칙상 증권거래위원회 등록상품을 판매할 때 당해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지 확인할 의무를 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변액연금계약이 보험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뮤추얼 펀드를 발행하는 것과 같은 투자계약의 성격을 매우 상당하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변액연금계약도 SEC에 등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도 SEC의 규제대상이다. NASD규칙 제2310조 제 a항에 따르면 고객에게 어떤 증권의 구입, 매도 또는 교환을 권유함에 있어서 증권중개인 등은 당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증권 및 재무상황・재무상의 필요성에 관한 정보가 공시되는 경우에 그 정보에 기초하여 권유를 당해 고객이 믿기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한 뮤추얼펀드 등에 한정된 투자를 하고 있는 고객과의 거래를 제외하고는 증권중개인은 기관투자자 이외의 고객에 대하여 거래를 추천함에 있어서 그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① 고객의 재산상황 ② 고객의 과세상황 ③ 고객의 투자목적 ④ 고객에게 권장할 때 증권중개인 등에 의하여 이용되고 또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기타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적합성판단을 위한 전제로서 고객정보의 수집과 관련하여 “고객정보 수집을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동 규칙 제2310조 (b)], 수집해야 하는 항목,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다만, 변액보험은 주식이나 뮤추얼펀드와는 달리 생명보험상품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가 아닌가를 확인할 사항은 위의 NASD 규칙 제2310조의 확인사항만으로 불충분하다고 하여 NASD는 2000년 변액보험판매지침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증권중개인 등은 고객의 연령, 수입, 실제 자산, 실제유동성자산, 피부양자의 수, 투자목적, 보험료의 출처, 투자경험, 기존의 투자 및 생명보험계약, 투자기간, 리스크의 허용도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하고, 그 정보를 기초로 당해 고객이 변액보험을 필요로 하고 있는가 여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를 조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2006년 6월 NAIC는 “연금거래에 있어서 적합성모델규칙”을 제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모든 연령의 개인연금투자자에게 적합성원칙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 규칙은 연금거래에 있어서 당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점의 소비자의 보험필요 및 금융목적에 적합하게 권고가 이루어지도록 연금보험권고를 규율하는 기준 및 절차를 확립하는데 목적이 있다(동규칙 제1조). 동 규칙은 서면절차의 유지 및 부적합한 판매의 관행을 발견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기록의 검사를 포함한 보험자와 보험모집인에게 적합성 및 감독의무를 지우고 있다. 다만, 2006.8월 기준으로 연금보험에 대하여 적합성원칙은 고령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연금에 대해 13개주가, 일반인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연금에 대해서는 12개주가 적용하고 있는 등 일부 주에 한하여 적용되고 있다.
② 영 국
영국의 금융서비스법(Financial Services Act 1984)은 투자업과 투자사업을 폭넓게 정의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즉, 동법의 규제대상인 투자사업은 투자물건의 거래와 관리, 투자조언 등을 말하고, 투자물건에는 주식과 사채 등은 물론 장기보험계약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변액보험도 이 법의 규제대상이 된다. 다만 적합성원칙은 규정하지 않고, 기업의 행동강령(The Core Conduct of Business Rules) 제16조(적합성)는 투자와 투자계약을 개인고객에게 권장하거나 거래하는 경우에는, 당해 고객에게 공시된 정보와 사업자가 인지하여야 할 기타의 사항에 비추어 적합한 경우가 아니면 권장허가나 거래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융서비스와 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 Act 2000) 제5조 제1항은 소비자보호의 목적을 소비자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호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제2항은 ① 투자와 기타 거래별로 리스크가 다르다는 점 ② 각각의 소비자가 관여하는 상품별로 또 경험과 능력별로 보호가 다르다는 점 ③ 소비자가 조언과 상세한 정보를 어느 정도 필요로 하는가 하는 점 ④ 소비자는 자기의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영국 금융서비스국은 1999년 금융서비스시장법의 영업규칙에 적합성의 원칙을 포함시켰다. 즉 조언 및 고객의 판단에 신뢰를 제공한 경우에 재량을 수반한 결정에 대하여 적합성을 확인하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정의무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③ 일 본
일본에서는 변액보험에 대해 적합성원칙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해석론으로 변액보험은 예정사고율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보면서 1985년의 보험심의회답신 및 미국에 있어서의 연방증권법 등에 기초한 규제, 영국에서의 ‘금융서비스법’의 규제대상인 점을 감안하여 변액보험의 증권성을 인정하여 변액보험의 권유행위에 대하여 적합성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일본증권거래법상 증권회사가 업무를 영위할 때 고객의 지식, 경험, 재산의 상황에 비추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권유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변액보험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원칙은 2000년 소비자보호법과 2001년 금융상품판매법에 의하여 명확히 되었다. 소비자보호법은 사업자가 소비자계약의 체결에 대하여 권유를 할 때, 중요사항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계약의 목적이 되는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하여서는 안되고, 만일 이를 위반하여 소비자가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당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동법 제4조 제1항)고 규정한다. 금융상품판매법은 금융상품의 판매시에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고객에 대한 중요사항의 설명의무를 지우고(동법 제3조), 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에 의하여 생긴 고객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동법 제4조), 이 때 원본결손액은 손해액으로 추정된다(동법 제5조)고 규정한다.
이는 변액보험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설명의무위반을 민법의 신의칙위반에 근거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던 판례가 입법화되었고, 원본결손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설명할 의무를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부여한 것에 의의가 있다. 2006년에는 증권거래법이 폐지되고 금융상품거래법이 제정되었는데, 적합성원칙은 고객의 지식, 경험, 재산에 비추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권유를 해서는 안되는 원칙으로 이해되고 있다. 일본 보험업법은 금융상품거래법을 준용한 적합성원칙을 도입하였다. 즉 보험회사 및 보험모집인, 보험중개인은 금리, 외환, 금융상품거래소 등의 시장지표 변동에 의해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품(변액보험, 변액연금, 외화표시 보험, 연금 등)인 특정보험계약의 체결시 고객의 지식, 경험, 재산상황 및 목적에 비추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권유행위를 하지 못한다(보험업법 제300조의 2, 금융상품거래법 제40조).
이에 따라, 일본의 금융감독규정인 “보험회사 대상의 종합감독지침”에서 2007년 9월 특정보험계약에 대한 적합성원칙을 규정하고 “고객의 지식, 경험, 재산의 상황 및 계약체결 목적을 파악하여 고객 속성 등에 근거한 적정한 판매, 권유할 필요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지침에서는 수집하여야 하는 고객정보를 생년월일, 직업, 자산수입 등 재산상황, 금융상품 가입경험, 특정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목적 등으로 예시하고, 고객속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고객관리체계 확보 등을 규정하게 하고 있는 등 적합성원칙 적용에 있어서 고객정보 수집을 의무사항으로 하지는 않고 있다. 실무에 있어서는 적합성확인서(의향확인서와 겸용 가능)로 고객정보수집 및 적합성판단을 하게하고 판매관리자가 적합성확인서를 확인하고 서류를 스캔하고 보관하는 방식으로 적합성원칙을 운용하고 있다.
(4) 변액보험에 적합성원칙의 도입의 쟁점
① 적합성원칙에 관한 자본시장통합법의 규정의 변액보험에의 적용의 문제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투자성있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하여 적합성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즉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면담・ 질문 등을 통하여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동법 제46조 제2항),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에 비추어 그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변액보험에 대하여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적합성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뉜다.
㈀ 긍정설
긍정설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변액보험은 만기보험금액 및 해지환급금에 대하여 최저보증을 하지 않는 점에서 종래의 보험상품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변액보험은 보험상품으로서의 성질과 증권 등의 금융상품으로서의 성질도 동시에 갖고 있고, 자본시장통합법이 투자성있는 금융상품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포괄주의적 입법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변액보험에 투자성이 인정되는 한 변액보험에 대하여는 보험업법상의 규제와 자본시장통합법상의 규제를 동시에 받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에의 가입권유에 대하여 적합성원칙을 적용하여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 제한적 긍정설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적합성원칙은 원본손실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인데, 보험상품은 변액보험의 경우에도 원금의 100%를 보장하는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적합성원칙은 그 한도에서 배제된다고 한다.
㈂ 소 결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적합성원칙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원본이 보장되지 않는 변액보험에 한하여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제한적 긍정설의 입장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