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실권자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습니다. 그는 방한 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대표들과 회담과 오찬을 가졌는데요. 사실상 국빈 영접에 가까웠던 이번 방한 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건 바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누구?
먼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실력자로 알려져 있고,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 ‘MBS’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1985년생인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그의 셋째 부인 파흐다 빈트 팔라 빈 술탄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금수저를 넘어서는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국왕이 그의 이복동생을 왕세자에서 해임하며 그는 31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 최연소 국방장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17년, 33세에 왕세자가 됐습니다.
현재 1순위 왕위 계승자인 그의 공식 직책은 총리이며, 재산은 적게는 1,400조 원에서 많게는 3,000조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실권자이며 87세로 고령인 국왕으로부터 왕권을 이어받는다면 향후 50년은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적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미스터 에브리씽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Neom City Project)
이름부터 생소한데요. 네옴(Neom)은 새로움(New)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합쳐 만들었습니다. 즉 ‘새로운 미래’라는 뜻인데요.
MBS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은 무려 ‘새로운 미래를 품은 도시’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핵심 사업에는 친환경 주거, 상업 도시인 ‘더 라인’과 팔각형 구조의 최첨단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가 조성될 계획입니다.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 일대에 약 26,500㎢ 크기로 만들어지는데요. 규모는 서울의 약 44배 크기에 달합니다. MBS는 5,000억 달러(한화 약 655조 원)을 들여 아부다비보다 더 큰 도시를 만들겠다며 2030년까지 도시를 완성할 계획이며 완성되면 9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핵심 사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더 라인(The Line) – 유리벽 안의 도시
Neom City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라인은 도시 전체를 유리벽에 담긴 하나의 건축물로 담는다는 계획입니다. 높이 500m의 건축물 2개가 길이 170km까지 평행하게 뻗어 있는 형태입니다. 도시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고속철도로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으며, 집과 학교, 공원, 직장을 도보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린수소, 태양, 풍력 에너지 등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해 기후 변화와 상관없이 1년 내내 도시 기온을 완벽하게 조절한다고 합니다.
옥사곤(Oxagon) –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더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요. 옥사곤은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이자 홍해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로 전 세계 40%의 국가를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트로제나(Trojena) – 산악 관광단지
시나이 반도와 사우디를 가로지르는 아까바 만에서 50km 떨어진 산악 지대를 개발해서 초대형 산악 관광지를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이 지역은 평균 온도가 10도 정도 낮기 때문에 겨울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지향적 수직 마을, 초대형 인공 호수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게 과연 진짜로 가능한 걸까?
여기까지 읽어 보신 분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실 듯 합니다. ‘이게 진심이라고? 이걸 진짜 한다고? 이게 가능하다고?’. 실제로 블룸버그는 Neom City에 대해 “공상과학 소설에서 따온 듯한 도시 계획”이라고 혹평했는데요.
저 계획이 실제로 어디까지 구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미스터 에브리싱은 이 사업을 진심으로 추진하는 듯 합니다. 그가 이번에 방한한 이유도 한국 정부,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과 Neom City 프로젝트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MBS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두바이나 미국처럼 되려고 시도할 뜻이 없습니다. 우리의 경제적인 자산, 국민의 잠재력,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것을 살리고 이를 진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세상 어딘가에 이미 있는 걸 모방하는 게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새롭게 창조해나가는 중입니다.”
미스터 에브리싱의 야망이 어디까지 현실화 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