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조치의 핵심은 기업이 보유한 私債를 장기 저리의 대출자금으로 조정하는 것이었다. 명령에서는 ‘사채’를 ‘기업이 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금융기관이 아닌 자에 대하여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1972년 8월 2일 현재 부담하고 있는 모든 금전채무’로 정하고 있다. 노무의 대가로 부담하는 채무, 보증금 선수금으로 받은 금전을 반환할 의무, 회사채 발행과 관련된 정약증거금 및 납입금, 외자도입법과 외환관리법에 의하여 정부의 인가, 허가 또는 승인을 받고 부담한 채무, 회사정리법에 의하여 인가된 정리게획에 따라 변경된 채무,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된 계속적으로 행하는 상호신용금고법의 상호신용계 및 상호부금 계약은 제외되었다.
또한 현금이 아니라도 ‘금전에 갈음하여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의 인도를 받을 계약과 그밖에 보관금, 가수금 등 그 명칭, 종류와 방식의 여하에 불구하고 기업에 대하여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성립한 유사한 계약’을 모두 사채에 포함시켰다. 나아가 ‘금전의 반환에 관하여 금전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이전할 것을 예약한 때’에도 해당되며, ‘사채의 변제에 갈음하거나 관련하여 교부한 수표 어음 그 밖의 지급수단이 기준일까지 결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약정한 기한이 경과하여도 기준일 현재 부담하고 있으면’ 대상이 되었다. 요컨대, 기업이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은행 이외의 차입선으로부터 조달한 모든 부채를 조치의 대상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긴급명령 10조 ‘사채의 정의’
명령에서의 채무자 ‘企業’은 영업세를 납부하며, 영업감찰을 받는 영업자 중에서 금융, 보험 , 재무부장관 지정의 특수영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자로, 영업세법 15조에 의하여 영업 鑑札을 교부받고 영업세법 제1조의 영업을 하는 자 중에서 금융업, 보험업, 재무부장관이 지정한 영업을 행하는 자는 제외되었다. (긴급명령 11조 ‘기업의 정의’)
농업, 수산업, 축산, 산림업자로서 소득세나 법인세를 납부하는 자를 포함시켰다. 납세로 파악할 수 있는 비금융업 사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업자의 상당부분이 대상에서 누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채의 조정은 사채변제의 금지, 사채의 신고, 신고사채의 조정의 3단계로 진행되었다.
우선, 긴급명령이 발표된 직후 8월 9일까지의 신고기간 중에는 사채의 변제를 금지시키고, 3일동안 민간의 당좌예금의 지급과 당좌예금으로 결제되는 어음교환도 정지시켰다.
사채의 신고는 채무자인 기업과 사채권자 또는 중개인이 관할세무서나 금융기관의 점포에 하도록 하였는데, 신고를 하면 사채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명령 15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하여,신고된 사채에 대해서는 그 사채와 관련하여 기준일 이전에 미납한 모든 조세를 면제받고 자금출처도 조사받지 않도록 하였다(명령 25조 1항). 불성실 허위 신고나 회피의 경우는 사채권자의 사채청구권과 사채 담보권을 소멸시켜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법적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시키는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채권계약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사채의 변제) 경우에는 증여로 보고 해당금액의 세율 65%를 증여세로 부과하고 허위신고로 징역, 벌금 등을 부과하기로 하였다. (명령 13조, 14조) 이러한 정부의 유인책과 강도높은 벌칙은 긴급조치의 공포 분위기속에서 효과를 발휘하였고, 신고는 짧은 기간에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신고사채는 원금과 지급되지 않은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3년거치, 거치기간 종료일부터 5년간 6개월마다 균등 변제하는 조건으로 조정되었다. 당시 보통은행 대출금리가 15%이었고, 상환이 시작된1975년에는 18%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를 웃돌았기 때문에 상환시점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실질이자율은 마이너스였다.
최종 변제기일까지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는 월리 1.35% (년리 16.2%)를 초과할 수 없으며, 다만 신고된 사채 중에서 3백만원 미만에 해당하는 사채는 지급유예의 단계적 해제조치가 취해졌다.
사채조정과정은 우선 기업이 사채권자에게 ‘조정사채증서’를 작성하여 교부하고 이 사항을 일주일내로 관할 세무서장에게 보고서로 제출하면, 보고내용을 조정사채대장에 등재하고 신고필증을 발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년내에 기한이 도래하는 차입금에 대하여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어음을 발행하도록 하였다. 관할 세무서장, 지방관세청장이 중재 역할을 담당하여 이의가 있을 때에 한달 이내에 심의를 하고 채권업자, 기업,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보하도록 하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사채의 자본금 전환이다. 사채권자가 채무기업의 주주일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사채를 출자로 전환토록 유도하였던 것이다. 국세청은 1972년 상반기 징수된 병종배당이자소득세액을 근거로 역산해 볼 때, 기업의 사채이용규모는 약 1,150억여원인데, 그보다 큰 사채가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적발하는 것과 위장사채의 출자전환이 조치의 주요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위장사채 판명되면 출자로’ 1972년 8월 5일 동아일보 3면
‘긴급명령 22조에는 사채권자가 과점주주인 경우는 90일 이내에 조정사채를 전액출자로 전환토록 하였다. 寡占株主란 ‘출자자 또는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자로서 출자액의 합계액이 법인의 출자총액에 대하여 1인인 경우 50% 이상, 2인인 경우 60% 이상, 3인인 경우 70% 이상인 자’를 말한다. 법인기업이 사채를 차입하고 있는 것으로 위장하는 경우를 적발하고, 고리대 자금을 투자자금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과점주주란 기준일 현재 국세징수법 15조 2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자자 또는 그의 가족, 친척, 내연의 혼인관계, 고용관계 등 그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로서 그들의 출자액의 합계액이 법인의 출자총액에 대하여 출자자가 1인인 경우 50% 이상, 2인인 경우 60% 이상, 3인인 경우 70% 이상인 자를 말한다.
과점주주가 아닌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을 때에도 기업은 조정사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로 전환할 수 있으며 출자전환에 따르는 상계금지규정을 적용치 않도록 하며, 출자전환에 따른 등록세를 면제하여 차입을 출자금으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법인세·소득세를 납부하는 사업체가 금전·비금전을 막론하고 금융기관 이외에서 차입한 부채를 사채로 정하고, 원금상환의 부담을 유예·절감시키는 한편, 법인의 차입금을 출자금으로 전환시키도록 강제하였다. 과점주주의 사채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무조건 출자전환을 해야했을 뿐만 아니라, 공개법인이 그로 인해 비공개법인이 되는 경우에도 1년간 조세면에서 공개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출자전환기간 중에 출자전환을 회피하고 공개법인으로서의 세제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혜택을 중단시키는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과점주주가 아닌 일반 사채권자의 재산권은 제한적이나마 보호되었다. 기업이 조정사채의 원금 중 균등액을 2회 이상 상환하지 않으면, 채무기업이 받았던 혜택을 취소하고, 변제를 신속히 하도록 요청한 이후에 원금에 대한 상환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