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의 배경
엔론과 월드컴 사태는 근래 미국의 증권업계에 휘몰아친 태풍에 비유할 수 있다. 분식회계의 규모가 대규모이며 세계적으로 미국의 증권규제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일었음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술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포함한 기업개혁법을 만들어 기업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증권관련대표당사자소송법의 입장에서는 그간 미국에서 증권관련소송법의 남용을 주장하며 증권소송법에 제한을 가하던 입장이 우세하던 분위기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은 경기흐름에 심한 악영향을 미쳐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관련 기업의 경영난과 관련 기업들이 연쇄 도산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2) 엔론사건
후술하는 월드컴 사건과 유사하게 엔론사는 회사의 영업상태를 허위로 공시하여 이를 믿고 투자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더군다나 엔론사의 외부회계감사법인인 아더 앤더슨(Arthur Andersen)사는 이러한 부실회계를 고의로 묵인해 주고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 서류를 파기하였다.
특히 엔론사는 수많은 자회사를 설립하여 이들과의 반복적인 거래를 통하여 부실자산을 이전함으로써 가공이익을 계상하여 주가상승을 유도하였다. 자회사는 조합(Partnership) 형태로 설립하여 세계적으로 저명한 금융기관, 주정부의 연금 등을 조합원으로 영입하고 조합원으로 참가한 기관투자가에 대해 지분율 3% 이상을 유지하면 미국 기업회계원칙(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GAAP)상 연결보고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하여 이들 자산을 부외자산(Off-balance Sheet Assets)화하였다. 또한 자금조달의 방법으로 역외지역에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인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Entities)과 제휴회사(Affiliates) 3,500여개를 설립하여 약 4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이 자금을 엔론사의 자산이전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였다.
회계부정이 발발한 후 엔론사건을 조사한 미상원 정부문제위원회(Senate Governmental Affairs Committee) 산하 상임조사소위원회(Permanent Subcommittee on Investigations; PSI)는 엔론사 파산의 원인을 부실 회계와 고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회계장부에 기입하지 않은 거래, 이해상충 등에 관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진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데 있다고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였다. 즉, 엔론은 기본적으로 이사들에게 매우 높은 연봉과 자문료를 지급해 이사진의 독립성을 훼손시켜 부실 회계 관행을 눈감아주게 함으로써 엔론 이사진이 주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그 동안의 대규모 분식회계사실이 밝혀지자 2001. 10. 22 . 아브람스(Seth Abrams) 등이 엔론을 상대로 엔론이 중요한 허위표시를 하였다며 1934년 증권거래법 10(b), 20(a)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칙 10-5를 위반하였다며 소를 제기하였다. 소장에서는 공정한 가격형성이 방해받은 기간(class period)을 2000. 1. 18. – 2001. 10. 17.로 특정하면서, 엔론이 주식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하여 허위공표(false and misleading statements)를 하였다는 것이다. 즉, 집단소송의 대상이 된 기간동안 엔론은 회사의 영업실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재정전문가(CFO)가 관리하던 투자가치를 적절히 평가하는 데 실패하였으며 미국회계기준(GAAP)에 따른 적절한 자산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는 공시를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엔론의 내부자들은 내부사정을 전혀 모르는 일반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7300만 달러가 넘는 주식을 매각하였다.
3) 월드컴 사건(Longacre Master Fund Ltd. 사건)
미국 2대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은 90년대 하이테크 열풍에 힘입어 대규모 거래를 잇달아 체결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회사이던 MCI를 전격 인수하면서 거액의 부채를 안게 되어 부실화 되었고, 최고경영자(CEO)가 월드컴 주식 매입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월드컴에서 기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폭락하였다. 결국 회사 측은 그 동안 38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이익이 있는 것으로 분식회계처리 했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많은 소제기자 중 하나인 롱에이커 매스터 펀드(Longacre Master Fund Ltd.)는 2001. 5. 11. 의 사업설명서(prospectus)에 따라 2001. 5. 11. – 2002. 6. 25. 사이에 월드컴의 증권을 구입하였으나, 월드컴은 그 기간동안 38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이익이 있는 것으로 허위공시하거나 사실의 설명누락(omission)을 함으로써 2001년에는 14억 흑자로, 2002년 1/4분기에도 1억 3천만 달러의 흑자가 있는 것처럼 발표하여 주가를 조작하였음이 드러나므로 대표당사자소송을 제기하였다. 피해의 규모가 매우 거대하고 당사자들의 수도 다수이므로 병합소송의 형태가 아니라 연방민사소송규칙 23(a), (b)(3)에 의거한 대표당사자소송은 불가피하며 그 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피고는 공개된 서류를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작하였고 그 액수도 38억 달러에 달하므로 사기의 주관적 요건인 Scienter(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고 소장에서 주장하였다.
4) 엔론과 월드컴 사건의 영향
엔론과 월드컴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회계부정사건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엔론사건은 미국의 회계제도의 개혁과 기업의 경영에 대한 좀 더 투명한 감시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재무제표와 감리제도의 투명성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경제위기 이후 많은 제도적 개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SK글로벌의 경우와 같은 분식회계사건이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와 같은 대규모의 회계부정사건의 재판(再版)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사정에 있다. 결국 이는 기존의 제도적 장치의 한계인 동시에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정부에 의존한 경영감시의 한계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의 규제 위주의 경영감시에서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경영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회계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공시제도를 도입하여야 하고 이를 담보하는 간접적인 억제장치로 집단소송제도의 활용을 모색하여야 한다. 여기에 보태어 상장회사협의회와 같은 자발적인 협의체에 자율감시기능을 대폭 위임하여 동료그룹에 의한 보다 수준 높은 질적 감시제도를 정비하여 투명성이 높고 건실한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