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이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동안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최근에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을 보기 힘듭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연 6%가 넘는 상품이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이제는 연 5% 이상의 예금을 찾기 어려워진 건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은행 예금 금리가 높아진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입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닌데요. 시중 금융기관이 예금 이자율을 높이자 저축은행들도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뒤이어 인상하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경쟁적으로 이자율이 높아지게 됐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금 조달, 현금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기업대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5대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10월말 기준 673조 7551억 원으로 지난 2021년말(635조 8879억 원)과 비교해서 37조 8672억 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즉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출 자산으로 쓰이는 예·적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어려워 예/적금을 통해 여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중 은행과의 이자율 차이가 좁혀질 경우 자금이 시중 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자율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정책적 요인인데요.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2020년에 금융당국은 시중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풀라는 취지에서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비율, 즉 LCR 규제 기준을 100%에서 85%로 낮춘 바 있습니다. 규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며 금융권은 12월까지 LCR을 92.5까지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즉 규제 준수를 위해 현금을 넉넉히 확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연 5% 예금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은행의 ‘원(WON) 플러스 예금’은 1년 만기 기준 4.98%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1금융권 중에 가장 먼저 연 5% 시대를 연 상품인데요. 지난 11월 13일까지 1년 만기에 연 5.18%의 이자를 줬지만 하루 만에 연 4.98%로 내려간 뒤 5%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의 대표 상품인 KB 스타 정기예금도 최근 4%대로 내려왔습니다. 이 상품은 매주 이자율이 달라지는데요. 지난 11월 14일까지 1년 만기 연 5.01%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5%대 금리를 제공한 것은 일주일뿐이었는데요. 11월 21일부터 연 4.82%로 내렸고, 현재는 연 4.7%로 하락했습니다.
최근 NH농협의 NH올원e도 기존 1년 이상 만기에 줬던 5%대 금리를 1년 만기로 한정했습니다.
금리 인상기에 연 5% 예금이 사라진 이유는 정부의 입김 때문입니다. 자금 쏠림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최근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금융당국은 각 금융기관에 자금확보를 위한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요인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이른바 ‘돈맥경화’ 증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1금융권으로 모든 자금이 쏠리면 2금융권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곧 우리나라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또한 예금 이율이 오르면 대출 이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계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시장경쟁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예금 이율 인상 – 대출 이율 인상 – 예금 이율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