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보청약철회제도의 법정화와 소비자 보호 의무

청약철회제도의 법정화와 소비자 보호 의무

상법(보험편) 및 보험업법에는 청약철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보험업법은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모집한 경우 보험계약을 청약한 자가 그 청약을 철회하고자 할 때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보험업법 제96조 제2항). 그리고 개정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표준약관도 그동안 청약철회권을 인정해 왔다. 할부거래법이나 방문판매법 등은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러한 법률들은 명시적으로 보험계약에 대해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및 표준약관상 청약철회에 대한 규정이 의의를 갖게 된다.

2010년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과 표준약관의 개정시 청약철회제도에 관한 내용이 새로이 추가되는 등 개선된 점이 있지만, 보험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적 강제력이 없는 등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소비자보호에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에 있어서 정보의 격차 등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보험소비자를 합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향후 입법정책적으로 법률에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때 보험계약법과 보험감독법 중 어디에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이다. 보험계약의 유효한 성립을 전제로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행사하는 해제권이나 해지권과 달리, 청약철회권은 청약 후 일정 기간 내에 무조건 철회할 수 있는 특수한 권리이기 때문에, 보험계약법보다는 감독법규인 보험업법에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청약철회제도를 새로이 법률에 규정하는 경우 청약철회 기간, 상대방, 방법, 효력, 제한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법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차례로 검토해보면 첫째, 청약철회 기간과 관련하여 그 기산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행 표준약관은 원칙적으로 청약을 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표준약관 제2조 제1항), 현실적으로 청약시에 청약서부본이나 상품설명서 등이 동시에 교부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서면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청약을 한 날부터 15일이 경과하게 되면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므로, 청약철회 기간의 기산점을 청약일과 청약서부본 등의 교부일 가운데 늦은 날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청약철회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보험회사와 보험대리점은 물론, 무진단보험의 경우에는 모집에 관여한 보험설계사도 포함되는 것으로 하여야할 것이다. 생명보험의 무진단보험은 진단보험과 달리 보험자의 위험인수의 심사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계약체결 과정에서도 청약자는 보험자나 보험대리점과 직접 대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약자가 청약을 철회하고자 하는 경우 보험설계사도 그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포함시켜 청약철회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청약철회는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전자문서를 포함한 서면에 의하여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서면을 원칙으로 하지만, 구두에 의해서 하는 경우 등 철회자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청약철회를 하는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청약철회의 효력과 관련하여 그 발생시점은 발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이미 납입한 보험료는 보험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반환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약철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계약 철회시 보험자는 물론 청약철회에 수반하여 보험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한 보험설계사 등도 청약철회자에게 손해배상이나 위약금 등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청약철회 제한 사유로 현행 표준약관에 열거된 진단계약 등의 사유 이외에도, 보험계약의 청약이 청약자의 분명하고 자율적인 의사에 기해이루어진 경우(예컨대 보험회사나 대리점 등의 영업소를 방문하여 청약한경우, 청약자가 지정한 장소에서 청약이 이루어진 경우 등), 의무보험 등의 경우, 청약자가 영업을 위해 청약하는 경우 등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여섯째, 청약철회 당시 이미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현행 표준약관과 같이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사유의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청약철회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약철회 시점에 보험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면서 철회한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에 의한 역선택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청약철회의 효력이 그대로 생기는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일곱째,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청약철회권에 관한 규정을 편면적 강행규정화하여야 한다. 즉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청약철회에 관하여 법률과 다른 내용으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이루어진 경우 청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무효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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