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개념과 어원, 그리고 이해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어로 사전적인 의미로는 금융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Accenture)가 발간한 보고서(The boom in global fintech investment)에서도 핀테크 기업은 은행, 금융투자, 금융데이터분석, 지급결제서비스 등 모든 금융서비스 전반에 걸쳐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로만 보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이미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 예를 들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신용카드 지급결제 등과 관련된 기술들도 핀테크에 모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 핀테크 관련 이슈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정의보다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 또는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핀테크로 정의하는 것이 오늘날의 핀테크 산업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핀테크에 대한 정의는 기관 또는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Fintech : Building a 21st Century Regulator’s Toolkit』를 저술한 크리스와 다니엘에 따르면 핀테크는 금융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산업 및 서비스분야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기존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급증하면서 기존 금융이 담당하던 서비스를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대체하면서 핀테크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저서에서 핀테크 산업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이와 달리 미국의 벤처 전문조사기관인 벤처스캐너(Venture Scanner)는 핀테크를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로 정의했다. 핀테크 산업은 크게 송금·결제(전자적 방식을 이용한 재화(카드, 현금, 전자화폐)의 거래), 대출(온라인을 통해 자금 대부(貸付)와 대출(貸出)자를 연결), 자산관리(개인자산 통합관리와 자산관리 자문서비스를 제공), 투자(온라인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로 구분된다. 핀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핀테크 산업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영국의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을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하여 기존의 금융거래 방식과는 차별화된 원터치 결제, 크라우드펀딩, P2P 대출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비즈니스모델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핀테크 기업들의 주요 사업영역은 송금·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분류기준 중 영국 정부의 핀테크 산업 분류 기준을 따르고자 한다.
이처럼 최근 핀테크 산업이 부상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존 금융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새로운 대안 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두 번째는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금융정보를 가지고 스마트 소비를 함에 따라 금융수요가 다변화하고 있다. 세 번째로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 채널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핀테크가 발원할 수 있는 무대(Playground)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EU 각국은 벼랑 끝에 서 있던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 규모의 양적 완화(QE : 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나 다른 다양한 금융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늘려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반대로 양적 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한다.
를 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이 찍어낸 화폐량은 무려 4조 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미 달러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는 한낱 종이쪽지의 가치로 전락했지만, 중앙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존 화폐시스템은 붕괴되지 않았다. 양적완화를 통해 부실 금융회사를 지원해서 도산을 막고 생명을 연장해주는 방법 외에 금융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결국 암묵적으로 서로의 양적완화 정책을 묵인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구제금융을 받은 문제의 금융회사들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서 책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임직원들끼리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윽고 미국 금융소비자들은 2011년 금융위기의 주범이면서도 천문학적인 보수를 챙긴 월가 최고경영자(CEO)에 분노하여‘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운동을 미국의 금융 중심지 한 복판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역사상 최저로 하락한 것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존 금융회사를 믿지 않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회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금융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열망이 커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엄지족 요금 부담이 큰 음성통화보다 주로 문자 메시지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신세대를 말한다.
으로 불리는 모바일 세대가 등장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정보 유통의 주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금융소비자들은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새로운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유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과거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를 통한 금융회사들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의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고객과 금융거래를 하고 소통하는 접점이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으로 국적,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금융업에서는 고객 니즈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