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분할과 근로관계 승계
(1) 학설의 태도
합병의 경우와는 달리 분할시의 근로관계 승계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서는 회사분할제도가 1998년에 처음으로 상법에 도입된 새로운 제도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회사의 분할로 인하여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주체에 변동이 생기게 된 경우에, 종전의 근로관계가 분할로 인한 신설회사 또는 분할합병의 상대방회사로 근로관계가 이전되는가 하는 노동법상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분할이 있는 경우, 분할회사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회사의 분할로 말미암아 어떠한 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그에 따라 분할 후 신설회사 또는 분할합병의 상대방 회사에 근무하게 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내용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집단적 노사관계가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가 하는 해석론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회사의 분할로 승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할회사의 모든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이다. 주로 특정의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이 일체로서 포괄승계된다. 즉 회사분할과 관련한 근로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합병의 경우와 같이 포괄승계의 법리에 따라서 당연히 이전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즉 분할이 합병의 대칭적인 의미를 가지고 합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인격의 변동을 초래하는 특징이 인정된다면, 분할에 있어서도 합병에서처럼 근로관계의 승계가 인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상법내의 동일한 조직법적 원리가 적용되는 두 제도에서 상이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며, 더구나 현행 상법은 분할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도 합병의 경우에서처럼 권리․의무의 포괄승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상법 제530조의 12), 근로관계의 승계도 포괄승계의 효과를 확대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상법에서는 회사분할에 있어 분할로 인한 자본금감소에 따른 회사채권자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을 두고 있어 권리․의무의 포괄적 승계라는 법률효과를 근로관계의 승계에 적용하더라도 회사채권자들에게는 불이익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판례의 태도
이와 관련하여 종래 우리나라의 판례는 회사분할의 경우에도, 분할 전후의 회사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다면, 영업양도의 법리에 준하여 근로관계의 포괄적인 승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기업의 일부가 분리 독립하여 새로운 회사가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분할전의 회사와 신설회사 사이에 기업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고, 분할회사에 속했던 근로자가 그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신설회사에의 신규입사절차를 거침이 없이 신설회사에 소속되어 계속 근무하고 있다면, 신설회사가 분할회사와는 별개 독립의 법인체로서 그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분할회사에 속한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는 신설회사에 포괄승계되어 근로의 계속성이 유지된다고 하여 회사분할시에 원칙적으로 근로관계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근로관계의 승계와 관련한 영업양도 법리의 원용은 오늘날 우리 학계의 일반적 견해이기도 하였다. 문제는 회사의 분할이 분할회사의 재산을 새로운 회사가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차원에서 보면 사실상 합병과 법적 효과를 같이 하지만, 그러한 재산적 승계 범위가 경우에 따라서는 그 회사의 분할계획서 등에 따라 부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회사분할시 근로관계의 승계 문제에 관하여, 최근 하급심 판결은 회사분할은 그 성질상 포괄승계에 해당하므로 특정승계에 해당하는 영업양도로 인한 근로관계 승계의 법리를 그대로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회사분할시 분할대상이 되는 영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신설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예외적으로 근로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거부권을 행사한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승계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로서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통상 근로자의 배치전환과 관련한 인사권은 대부분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행사하고 있는 점, 여러 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특정 사업부분을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가 경영상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되면,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에 관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특정 사업 부문을 폐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 회사분할로 사용자이던 회사가 신설회사로 변경되는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변경과 차이가 크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한 근로자의 의사가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로관계의 전속성에 합치하는 점, 회사분할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되므로, 특정승계되는 영업양도와는 달리 양도성을 제한하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법률에 의한 포괄승계의 효력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민사상의 법률관계의 체계에 합당한 점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회사분할시 사용자는 근로자의 거부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포괄승계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에게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여야 하고,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는 근로자의 자기의사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무효이고, 그 기간은 사회통념상 거부권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까지 연장된다.